불완전한 인간의 법·완전히 달랐던 판결
진실·정의만 있는 하느님 심판은 과연…

'척당불기(倜 儻不羈).' "기개가 세고 뜻이 높아 남에게 짓눌려 지내지 않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15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홍준표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는 의미의 메모가 있었습니다. 돈을 전달한 사람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었습니다. 1심은 유죄였지만 대법원은 홍준표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당시 돈 전달 과정 쟁점 중 하나가 홍준표 의원실을 윤 부사장이 방문했는가 여부였습니다. 윤승모는 홍준표 의원실에서 척당불기라고 쓰인 액자를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홍준표는 자신의 의원실에 척당불기 액자를 걸어 놓은 적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끝내 윤승모의 주장은 증거 불충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17년 대법원 무죄 판결 후, 홍준표 의원실에 척당불기 액자가 걸린 동영상 자료가 발견되었습니다. 홍준표에게 돈을 주었다는 윤승모의 증언이 맞아 보입니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 이 동영상 자료를 증거로 내놓았다면 과연 홍준표는 무죄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얼마 전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날 선 공방을 주고받는 가운데 유 전 의원이 홍 시장을 향해 '코박홍'(윤석열에게 코를 처박고 고개를 숙여 비겁한 자세로 아부의 인사를 하는 홍준표) 운운하며 "오로지 '자신의 출세와 안위'만 계산하는 탐욕의 화신"이라며 "척당불기 액자 아래에서 억대의 검은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자가 누구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발끈한 홍준표가 반격했으나 결국 불리해진 홍준표가 꼬리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김경수(바오로) 전 경남도지사.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2년형을 받고 수감되었으나 2022년 윤석열 정부 특별사면으로 사면되었습니다. 사면은 좋은 일이라고 하겠지만, 형기를 15년 남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맞추고자 5개월 남은 수감 기일을 15년과 '퉁' 치면서 사면되었으니 들러리 사면이라는 비난이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김 전 지사는 남은 5개월 형기를 마치고 나오겠다고 '사면 불원서'까지 냈으나 억지로 사면 되었습니다.

두 지사에 대해 인간이 만든 법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런데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불완전한 법을 가지고, 불완전한 인간이 판관이 되어, 불완전한 판결을 통해, 완전한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자부하는 것은, 불완전한 인간들의 비참한 모습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가톨릭에서는 불완전한 인간의 '외적 법정'을 보완하고 바로잡아 줄 '내적 법정'이 있습니다. 내적 법정은 흔히 알고 계시는 고해성사(고백성사)입니다.

천주교 신자는 판관이신 하느님 앞에 나와 사제(신부)를 통하여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통하여 회개의 완성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적 법정에서는 어떤 증거나 증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자신 뉘우침과 하느님 사랑의 심판이 있을 뿐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조작된 증거나, 거짓으로 덮어씌우는 증언이나, 기억의 오류나 무지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어떤 증언도 내적 법정에서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오직 진실과 정의로만 이루어진 하느님 앞에 엎드린 죄인만 있을 뿐입니다.

두 지사에게 내적 법정에 선 심정으로 묻습니다. 곧 닥쳐올 하느님 심판 앞에 당신은 위의 사건에 한정하여, 유죄입니까? 무죄입니까? 하느님 심판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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