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구원 받았니?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1-11-24 20:29:15    조회 : 9회    댓글: 0

종교칼럼] 구원 받았니?

전헌호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종교영성학과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종교영성학과 교수전헌호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종교영성학과 교수




신학대학에 입학한 첫 여름방학에

 있었던 일이다. 그 시절 나에게 큰 

권위를 지녔던 지인이 원해 만난

 그의 계룡산 신흥종파 목사는 

내가 가톨릭 신학생이란 사실을

 알자 곧장 "학생, 구원받았는가? 구원도 없는 천주교 신부가 되려는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니 구원이 확실한 우리 교회로 오게"라고 했다.

당시 신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초년생이었지만, 불편한 기분에 일어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떴다. 그 경험은 오랫동안 나에게 참된 

진리를 찾는 일에 매진하게 한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그 후 긴 세월이 흘렀고 구원에 대한 의식도 많이 개화된 최근, 비슷한

 분위기의 황당한 체험을 했다는 나의 제자 A신부의 고백을 접하고는

 물었다. "A 신부는 구원이 무엇이며 무엇을 구원받은 것으로 보는가?" 

그는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를 조심스러워하며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침묵이 

지속되지 않도록 나는 많은 말을 동원해야 할 구원에 관한 이야기를 

한마디로 정리해 입을 열었다.

"살아있는 이 자체가 구원이네."

이 말을 들은 그는 물론, 그 자리에 있던 나의 동기 신부도 잠자코

 있으면서 나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말을 좀 더 해야

 어색해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다음과 같은 말로 이어갔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살아가는 데에는 온 우주가 동원돼 가능한 일이네.

 자세하게 말하자면 한이 없지. 먼저 우리가 이렇게 앉아서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지구는 언제나 같은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하고, 태양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밝은 빛과 에너지를 보내고 있지. 그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듣고 말하며 인식할 수 있는 것이지. 내 몸에서 심장이 뛰고

 있는 일부터 숨쉬기, 소화하기, 60조가 넘는 수의 세포가 하는 

일들은 너무나 많고 신비로우며 경이로워 말로 다 할 수 없어."

그런 일이 있은 며칠 후 개척교회를 이끌고 있는 B목사와의 만남에서

 A신부와 이런 대화가 있었다는 것을 언급했다. 그는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자신의 주관적인 확신을 남에게 강요하는 무례를 범했다. 자신이

 확신하는 대로 세상이 진행되는 줄로 착각하고 있다"고 했다.

B목사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찾는 진리의 핵심은 결국 구원에 

관한 것이다. 구원이란 살아가는 것과 연관된 것이고, 살아가는 것은

 '명사형'이 아니라 '동사형'이다. 그러하기에 구원은 깨닫고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이 다하도록 계속해서 깨달아 가야 하고 

실천해야 하는 고달프고 즐거우며 가슴뛰는 작업이다.

식물, 동물 모든 생명체는 '생로병사'한다. 이것은 엄밀한 자연의 

법칙이고 생명체의 기본질서이며 창조주의 뜻이다. 존재하는 

생명체가 생로병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

 큰 재앙이 되고 모든 생명체에게 엄청난 고통과 혼란이 엄습하는 일이

 될 것이다.

무속, 불교, 개신교, 가톨릭교, 회교, 유교, 도교 등 어떤 종교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이 사실을 부인하거나 바꿀 수 없다. 종교가 지닌 가능성이 

있지만 한계도 뚜렷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서 어떤 종교이든 종

교단체가 해야 할 일은 조화롭고 엄밀한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면서 

이 땅에서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을 키우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수많은 정보로 개화된 시대에는 대단한 어떤 것을 줄 것

 같은 교언영색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결국은 자신의 배를 불리고 

세력을 확장하는 일을 도모하는 종교단체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똑똑해진 현대인이 한 두 번은 몰라도 계속 속으면서 

몰락의 길로 들어설 리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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