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때에

작성자 : 김 안나    작성일시 : 작성일2014-10-23 07:48:14    조회 : 404회    댓글: 0

◈ [인천] “제때에...”

2014년 가해 10월22일 연중 제29주간 수요일(루카 복음 12장 39~48절)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신다.>
+ 루카 12,39-48

오늘 복음 중간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그 말씀을 읽으면서 밑줄 그은 부분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가지인데요.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성경 통독 해설지를 만드는 겁니다.
신자들이 볼 수 있게 매 주 한 장씩 읽을 범위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데요.
대략의 마감기한이 있습니다. 적어도 금요일 오후까지는 작업을 마쳐야
주보 접는 레지오 단원들에게 주보 사이에 넣어달라고 부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무장님 혼자서 다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되도록
마감기한을 지키려고 하는데도, 처음 몇 번 말고는 거의 마감기한을 지키지
못한 거 같습니다. 그러한 모습이 말씀을 읽으면서 생각나고 반성이 됩니다.
제때에 정해진 해설지를 건넬 수 있는 충실한 종이 되어라.. 하고 말씀하시는 거 같습니다. 

두 번째는 겨울.. 농한기... 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해야 할 일이 희미하고 어렴풋하게 비춰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본당 신자 분들 중에 농사짓는
분들이 많아서 농번기와 농한기에 본당에 나오는 수와 시간에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농한기에 신자들이 함께 모일 시간이 더 많이 있고
미사도 더 자주 나오시는 거 같은데요. 그 모습과 ‘제때에 양식을 주라...’
는 말이 겹쳐지니까.. 겨울에 집중적인 교육과 친교의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농사일 하느라 소홀히 했던 모임도
성실히 할 수 있도록 신자들을 독려하고, 소홀히 했던 배움의 자리도 자주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제때에 양식을 주는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는 직원회의를 하고 돌아와서 다시 복음을 읽으면서 지나간
모습들입니다. 직원회의를 간단히 마치고 돌아오는데 한 자매님이 몸에
좋은 여러 가지를 섞어서 즙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주의사항을
설명해 주셨는데요. 얘기가 길어질까봐.. 발걸음을 옮기며 대충
들었습니다.^^; 나쁘죠? 들어가서 미사 준비해야 된다는 나름대로의 핑계
때문에 제때에 감사와 경청을 드리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사제관에 왔는데요. 건조기가 있으신 자매님이 제 고추를 말려서
갖다놓으셨더라고요. 그냥 가지고 들어왔는데요. 복음 묵상을 하면서
생각해보니 그것도 제때에 감사를 드리지 못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해주시던 거라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인 거 같습니다. 간단하게 전화나 문자로라도 감사의 인사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제때에 그러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 몇 시간 전에 어머니가 인천 집에 갔다가 삼일 만에 오셨는데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 오랜만에 오는 어머니를 마주하지도
않고 그냥 방에서 ‘왔어요~’ 하고 짧게 인사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제때에
주어야 할 인사를 주지 못한 게 아닌가.. 합니다. 

더 뒤로 가보니 주일날 있었던 일도 생각납니다. 본당 대청소를 했는데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할아버지가 ‘자기는 이사 갔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다..
그러니 나는 구역이 없다.. 청소 안 해도 되지..’ 하시길래 귀찮고 길게
상대하는 것이 싫어서 “그쪽은 종현동 구역이에요...” 하고 잘 설명해 주지
않고 피해서 교리 하러 들어갔었습니다. 그 모습도 할아버지에게 드려야 할
친절과 사랑을 제때에 드리지 못한 불충실한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들은 저와 같이 불성실한 모습이 아니라, 제때에 주어야 할 양식을
줄 수 있는 성실한 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그물을 치시는 형제님이 생선을 주신다고 아침에 전화를 하셨다.
나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문 앞에 가져다 놓으신다고 한다.
그래서 나갔다 들어왔는데, 문 앞에 다라이가 엎어져 있었다.
‘그 안에 있나보다..’ 하고 열어보았더니 병어가 있었다.
그런데 병어가 담겨 있는 그릇이 좀 그랬다.. ^^;
형제님이 자기 통에다 생선을 담아 오셨나보다.덜어줄 그릇을 찾으셨던 거 같은데,
근처에 있던 그릇이 내가 개밥을 주던 그릇이었다.
씻어서 먹으면 상관은 없는데 기분이 좀 그랬다..^^;
 
- 인천교구 대부동 성당 김기현 세례자 요한 밤송이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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