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가 쓴 '6000cc 자동차를 썩히고 있는 이유'를 읽었다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이 "전기차로 가야 한다는 결론이 아쉽다"고

 지적하신 부분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교회가 돈을 써야 하는 방식

이 아쉽다는 의미였죠. 저는 우선 제 글을 읽어 주신 것에 깊은 감

사를 표했습니다.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기독교인을 만났다는 사실

에 기뻤으니까요. 앞으로 이어 갈 글에서 '기후 위기 대응에 교회

 돈이 들어도 회수할 방법'을 써 나가겠다고 답했습니다. 

가끔 교회에서도 기후 위기를 교인들과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그럼, 교인 대부분이 걱정하십니다. 기후 위기를 자세히 몰라도, 

몸으로 느끼며 공감하는 것이죠. 하지만 교회가 어떻게 해야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른다고 답합니다. "분리수거는

 철저하게 하고 있다"는 분도 다수 계시지요. 분리수거 말고

 교회가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교회 공동체 차원의 대응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자, 유럽으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영국 교회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영국 교회의 탄소 중립 달성은 가능할까?
영국 성공회가 체스터대성당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 사진 출처 englishcathedrals.co.uk
영국 성공회가 체스터대성당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 사진 출처 englishcathedrals.co.uk

2020년, 영국 교회에서 중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2030년까지

 모든 교회에서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선언이었죠. 이후 여러 

시도를 펼치고 있는데요. 그중 케임브리지대학교 킹스칼리지

 채플에 태양광 패널 438개를 덮었다는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

습니다. 무려 500년이나 된 예배당을 태양광 패널로 덮었다고 합

니다. 한국은 30년만 돼도 오래된 건물이라 여기는데, 500년 된 

건물이라니요. 굉장히 놀랐습니다.

앞으로도 영국 교회는 전국 1만 6000개 성당에 패널을 올릴 계획

입니다. 다행히 교회 지붕이 태양광발전소를 짓기에 적합합니다. 

오래전에 지어진 영국에 있는 대부분의 교회는 동향입니다. 그 

덕분에 교회 지붕은 남북으로 기울어진 형태를 보입니다. 남쪽

으로 기울어진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붙이면 발전에 용이합니다. 

영국 역시 오래된 교회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올리는 일에 반대가

 없을 리 없었죠. 교회 외관을 해친다는 우려가 많이 나왔습니다. 

이 건물이 지어진 시기가, 헨리 8세가 왕으로 재위했던 시기인 

1600년대이니 반대할 만도 하지요. 한국도 그러지 않을까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경복궁 지붕마다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다고

 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 같은데요.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가 나올 법합니다. 그래도, 영국 교회는 끝까지 밀고 나갔습

니다.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가 있으니 밀어붙일 수 있었

겠지요. 

실내 냉난방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케임브리지에서 

동북부로 대략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일리대성당'을 예로 듭니다.

 이 성당은 7세기에 수도원으로 지어졌습니다. 현재와 같은 십자

가 모양으로 증축한 건 11세기 무렵입니다. 지은 지 무려 1000년

 지난 성당입니다. 7세기에 지었던 걸 생각하면 1400년이나 되었

네요. 11세기 이후에도 여러 차례 증축이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건축 양식을 보이죠. 영국에서도 3번째로 큰 성당입니다.

이 성당 외벽은 주로 석회석으로 지어졌습니다. 그 덕분에 벽이

 열관리를 거의 못합니다. 온기를 가둬 두고 한기를 차단하는 기능

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교회 내부 온도는 외부 기온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인데요. 1000년 정도 전에 지어졌으니, 현대 난방 

개념을 도입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이 교회에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유물이 많다는 사실도 난방을 까는 일을 

어렵게 합니다. 유물 보관에 중요한 요소가 열과 습도입니다. 

그런 교회가 기후 위기 때문에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영국에서도

 법적 불이익을 받지 않는 유적인데도 굳이 나서서 온실가스 감축

을 위해 보수 작업을 했습니다. 영국 교회가 기후 위기 대응에 힘

쓰겠다고 공언한 다음 해인 2021년에 태양광발전기를 교회에 

설치합니다. 난방을 위해서는 태양열 히트 펌프를 들였습니다. 

조명은 고효율 LED로 교체했고, 음향 장비도 모두 고효율 제품으로

 바꾸었죠. 

그렇다고 교회에 난방 시스템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예전에는

 라디에이터를 돌리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석탄을 땠으니 열효율

은 당연히 낮았습니다. 이 라디에이터도 100년 넘은 방식으로, 

이것도 역사적 유물로 등재되어 있죠. 태양열 히트 펌프를 들이기

 전까지 석탄으로 난방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대인답게 천연

가스로 라디에이터 난방을 했습니다. 

일리대성당이 태양광발전을 하게 된 건 영국 교회의 신앙고백이

 이끈 변화입니다. 영국 교회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로 한 2020년

 고백을 이어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리 대성당이 태양광발전을

 지속하는 동안 재정적 이익도 생기지만, 앞서 말한 유물 보관에 

많은 재정이 들어갑니다. 이걸 감수하는 것도 신앙고백 중 일부가

 될 수 있지요.

한국에도 태양광발전 하는 교회가 있다
서울제일교회가 2018년 교회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준공한 모습. 교회는 발전소가 월평균 70만 원의 수익을 낸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서울제일교회
서울제일교회가 2018년 교회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준공한 모습. 교회는 발전소가 월평균 70만 원의 수익을 낸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서울제일교회

물론 영국 교회는 한국교회와 상황이 약간 다릅니다. 영국에 있는

 1만 6000개 교회는 영국 성공회입니다. 그리고 국교회이기도

 하지요. 그러니 결정한 사안이 잘 내려올 수 있습니다. 개교회

 중심의 한국교회 상황에 맞출 수는 없지요. 하지만, 한국교회도

 그에 맞는 정책과 실천 방안이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은 한국교회가 약간 앞선 상황입니다.

한국에도 태양광발전에 동참하는 교회가 있습니다. 기후 위기에 

관심이 있는 교회가 태양광발전을 합니다. 태양광발전으로 수익도

 내고, 그 돈으로 사역도 합니다. <뉴스앤조이>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나섬교회는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 중 50%를

 태양광으로 충당할 뿐만 아니라, 태양광발전소 아래 버섯 농장

까지 열어 아이들에게 '창조질서'를 보여 준다고 합니다. 서울제일

교회는 태양광발전으로 번 돈으로 선교를 한다는 내용도 

인상적이었습니다.(<뉴스앤조이>, 2018. 9. 4. "'햇빛발전소'로 

창조질서 보전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2023년 6월 새 예배당으로 입당한 향린교회도 태양광발전으로 

약 15%의 에너지 자립을 이루었습니다. 작년 12월에 향린교회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태양광 패널을 보고 매우 놀랐고 감동

했습니다. 교회가 이렇게 공들여 태양광 패널을 외벽에 붙이다니

,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됩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몇 %가량의 에너지 자립률과 경제성 확보라는 차원을 넘어서야 합니다. 창조질서 회복이 가장 먼저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이유였다면, 이제는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시기입니다. 앞에 소개한 기사가 나가고 6년 정도 세월이 흘렀습니다. 한국교회도 앞으로는 환경을 고려한 여러 기술을 받아들여 기후 위기에 대응할 준비를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전기차 활용과 교회
전기차를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하는 V2G 기본 개념도. 사진 출처 국토연구원
전기차를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하는 V2G 기본 개념도. 사진 출처 국토연구원

교회가 탄소 중립을 이루는 한 방안이 전기차와 이어져 있습니다. 바로 Vehicle to Grid(V2G) 기술입니다. 전기차의 대용량 배터리를 ESS(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오닉5의 경우, 대당 78kW의 배터리를 장착합니다. 이 정도면 4인 가족이 보름 정도 사용해도 충분한 전기를 담고 있습니다. 78kW의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전기가 많이 쓰이는 시간대에 꺼내어 사용하자는 것이 V2G의 기본 개념입니다. 

보통 자동차 이용 시간은 20%가 되지 않습니다. 80%는 주차해 두고 있습니다. 이때 전기차의 전기는 저장만 되어 있고,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낮에 전기차에 저장한 에너지를 뽑아 쓸 수 있도록 합니다. 사실 전기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시간대에 비쌉니다. 밤에는 싸고요. 우리는 주로 집에 도착하는 저녁 시간에 충전합니다. 요금이 싼 저녁에 충전하고, 비싼 낮에 내가 충전한 전기를 건물에 내보내게 된다면 어떨까요. 요금 차이로 생기는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전기차를 사서 발전 사업에 참여한다고 생각하면 좋겠네요.

만약, 가까운 미래에 태양광발전기를 교회 주차장과 건물 옥상에 설치한다면 어떨지 상상해 봅시다. 거기에 영국 교회처럼 효율 좋은 LED 램프와 음향, 영상, 난방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어떤 상황이 일어날까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도구와 V2G 기술까지 사용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기 건물이 없는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대한 태양광발

전기를 설치하고, ESS를 설치해야 합니다. 한 주 동안 태양광으로 

발전해도 이전 시스템에서는 전력을 날릴 확률이 있었습니다. 전기

가 생성되면 바로 사용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ESS가 있다면 태양

광으로 발전한 에너지를 모을 수 있습니다. 가정용 ESS도 8~10kW

를 지원하는 제품을 판매합니다. 2~3대만 이어서 사용하면 30kW

도 커버할 수 있습니다. 주일에 사용하는 전기량이라면, 교회에서

 논의해 결정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이 모든 과정이 아직 실험 단계(규제 샌드박스)에 있습니다. 실제로 이 기술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제도가 도입되었을 때 바로 설치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 됩니다. 그 전에 조명, 음향, 영상, 난방 등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는지 조사해 보십시오. 우리는 보통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 기기의 전력 사용량을 알지 못합니다. 우선 

그걸 조사하고, 곧 열릴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시기에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