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난에 ‘탄소제로’ 속도조절… ‘1호 선언’ 스웨덴 예산 삭감 조은아파리=조은아 특파원 입력 2023-09-27 03…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3-09-27 14:40:34    조회 : 41회    댓글: 0

EU, 배기가스 규제 일부 완화 추진
英, 내연기관 車 판매금지 5년 미뤄
高물가 속 반발여론 커지자 정책수정
“선거 앞두고 환경정책 역행” 비판도

온실가스 순배출 ‘0’을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정책을 선도하던 유럽 국가들이 관련 정책을 완화하거나 예산을 줄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며 가계와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어 탄소중립이라는 큰 방향은 유지하되 달성 시기는 늦추는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다만 영국처럼 총선이 임박한 국가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환경정책이 기후변화 완화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EU “배기가스 규제 완화 논의”

유럽연합(EU)은 2025년 7월 시행하려던 새로운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유로 7’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EU 이사회는 25일 개인 승용차 및 밴 등 일부 차량에 대해 현재 시행 중인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 6’을 유지한다고 홈페이지에 밝혔다. 다만 버스 등 대형차량의 배기가스 기준은 강화하고, 브레이크와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배출을 새로 제한하는 등의 방안은 유로 7 초안대로 유지한다.

당초 EU 집행위원회가 발의한 유로 7 초안에 따르면 개인 승용차 및 밴도 새로운 배출가스 기준에 따라 질소산화물(NOx) 같은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여야 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27개 회원국 모두 이를 거부하자 이사회가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방안은 EU 이사회, 집행위, 유럽의회 3자 협상에서 승인돼야 시행된다. 따라서 현재 유럽 자동차 업계가 규제 강화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업계는 유로 7 규제를 준수하느라 생산 비용이 더 들고 생산 과정도 까다로워져 다른 국가 자동차 업계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체코 등 8개국도 유로 7 규제가 시행되면 업계 경쟁력 저하를 부른다고 주장했다.
 

● ‘탄소중립 우등생’ 스웨덴, 기후변화 예산 삭감

탄소중립 정책이 후퇴하는 이유는 최근 유럽에 닥친 경기 침체로 안 그래도 어려운 가계와 기업이 탄소중립 시행 과정에서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스웨덴도 이런 점을 고려해 고물가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책 속도 조절 방침을 내놨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웨덴 연합정부는 20일 내년 예산안에서 기후 및 환경 대책 자금을 2억5900만 크로나(약 315억 원) 삭감하고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유류세를 감면한다고 밝혔다. 엘리사베트 스반테손 스웨덴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많은 국민이 (고물가로 인해) 매우 힘든 시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선거를 앞둔 국가들은 경기 침체와 고물가 속에 기후변화 정책을 늦추길 원하는 여론에 더 적극 반응하고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역시 최근 휘발유·경유차 신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0년에서 2035년으로 5년 미룬다고 발표했다. 수낵 총리는 이번 조치가 독일, 프랑스 등 EU 주요 국가들 및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과 같은 일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후변화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을 다독이려는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전기차 기업들도 불만을 품고 있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반(反)기후변화’ 여론에 호응해 정책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여론조사 기업 유고브가 4월 유럽 7개국별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화석연료 자동차 사용 금지에 대해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제외한 5개국에선 모두 반대 비율이 찬성 비율보다 더 높았다. 특히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에선 반대 비율이 60% 수준이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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