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정기 심포지엄

한국 가톨릭교회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은 왜 필요하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5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한국 가톨릭교회의 탄소중립’ 정기 심포지엄을 인천교구 사회사목센터에서 열었다.

이날 주제는 '생태적 회개를 위한 교회의 탄소중립', '교구와 본당의 탄소중립 움직임', '자연에너지 개발과 지역사회: 풍력발전을 중심으로'로, 조현철 신부(예수회), 양기석 신부(수원교구, 주교회의 생태환경위 총무), 김동주 박사(제주도특별자치도 미래성장과 미래전략팀장)가 발표를 맡았다.

탄소중립, 숫자, 기술, 시장만의 차원 아니다
탄소배출권 = 오염 권리

조현철 신부는 탄소중립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만, 이는 어떻게든 ‘0’이라는 숫자만 달성하면 되는 단선적, 수적, 기술과 시장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정의라는 큰 틀 안에서 윤리, 구조적 정의, 전 세계 경제와 역사, 사회 맥락이 모두 포함된 문제”라면서, 그러나 기후‘정의’와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 온 사회, 경제 맥락을 제거하는 동시에 기술과 시장에 의존하는 정부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 상쇄 배출권 등을 내세우며, 시장과 기술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세운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 온 성장 동력 시스템을 해법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신부는 이러한 성장을 위한 성장, 생태 파괴와 부담을 통한 성장,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성장의 결과에서 벗어나려면, 그것을 이끄는 자본주의,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거대한 전환과 회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위기는 생활양식과 문화, 정의와 공정, 평화 문제인 만큼 예수의 ’자기 비움‘, 초대 교회의 ’공동 소유‘로 돌아가는 생태적 회개가 필요하다. 그 회개와 전환은 국가가 아니라 함께 의식하고 변화하며 실천하는 개인에게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 주제 발표를 맡은 (왼쪽부터) 양기석, 조현철 신부와 김동주 박사. ⓒ정현진 기자이번 심포지엄 주제 발표를 맡은 (왼쪽부터) 양기석, 조현철 신부와 김동주 박사. ⓒ정현진 기자

수원, 대전, 춘천교구 탄소중립 발걸음
교종청에서 교구, 성당, 가정.... 그리고 사제들 변화 필요

양기석 신부는 2030년까지 2010년 기준으로 탄소를 45퍼센트 줄인다는 현재의 기후위기 대응 로드맵은, 현재까지의 삶 방식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입을 열었다.

살기 위해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하는 교회의 고민과 성찰 속에서, 먼저 교종청은 2020년 12월, 기후정상회담을 맞아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소규모 농업, 무공해 농업 투자, 협동조합, 종자 은행, 빗물 재활용 등 실천 운동을 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어진 한국 교회 수원교구(2021년)와 대전교구(2022년) 탄소중립 선언은 “2030년까지 교구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친환경 재생에너지, 그중에서도 태양광 에너지를 기반으로 전력 자립한다”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이를 위해 두 교구는 교회 공동체 생활 방식을 전환하고, 궁극적으로 2040년 즈음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춘천교구는 최근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전담 부서를 만들고, 교구 각 부분들이 일상의 생태적 변화와 회개를 통해, 지속가능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를 다져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행동에는 “본당 에너지 전환을 위한 에너지 진단, 에너지 지원, 제로에너지 건물 인증 사업,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 에너지 협동조합”이 있다. 구체적으로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 사례로 교구의 건물 에너지 지원사업 성과를 보면, 대전교구는 현재까지 완공한 햇빛발전소를 통해 242킬로와트 전력을 생산했고, 여기에 1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2023년 목표는 456킬로와트 생산, 20개 기관 참여다.

수원교구 역시 2020년부터 햇빛발전소 사업에 성과를 내고 있는데, 2020년 82킬로와트였던 전력 생산량은 2022년 496킬로와트로 높아졌다. 참여 기관수 또한 3개에서 13개로 늘었다. 올해 목표는 각각 500킬로와트 생산, 15개 기관 참여다.

또 춘천교구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운동을 진행하는 실천 단위를 “교구, 본당, 가정, 사회, 사제”로 구분하고 있다면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가장 먼저 사제들부터 바뀌자는 사제관 생활 수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 공동체에서 사목자로서 사제들의 변화를 먼저 추구했다는 것은, 단순히 자원을 아끼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의 의식구조를 바꾸고, 그들이 사회 안에서 변화를 줄 수 있기 위한 것”이라며, “본당 안에서만 실천하거나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함께 이뤄지고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수원, 대전, 인천교구에서 활동하는 생태환경 활동가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참석했다. ⓒ정현진 기자이날 심포지엄에는 수원, 대전, 인천교구에서 활동하는 생태환경 활동가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참석했다. ⓒ정현진 기자

신재생에너지 건설 지역 주민들의 정치적 참여 보장 중요

이어서 김동주 박사는 제주 지역 사회의 풍력발전 사례를 들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추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기술과 자본뿐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정치적 권리 보장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풍력발전을 시작한 것은 1975년 박정희 정부 때다. 바람이 많은 제주에 1975년 2월 풍력발전기를 최초로 설치했고, 1981년에는 제주가 풍력에너지개발 시범도로 지정됐다. 1996년부터는 체계적 바람자원 조사, 바람 지도 제작으로, 제주는 전국 최초 상업용 단지형 풍력 개발을 추진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풍력발전 현황은 2023년 현재 295메가와트 전력을 생산하고 있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기반으로 ‘탄소 없는 섬, 제주 2030’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현재 제주는 풍력, 태양광 발전만으로 전력 100퍼센트 수급할 수 있지만, 바람과 태양광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비상 전력 확보 차원에서 육지에서 최소한의 전력을 제공받고, 도내 화력발전소도 운영하고 있다.

김동주 박사는 제주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 보급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는 “제주 특별법, 제주에너지공사,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도민참여 거버넌스” 등 네 가지 제도적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참여를 위한 거버넌스의 제도적 마련이며, 이는 어렵고 전문적인 에너지 분야 특성상 시민들의 참여가 어려운 만큼 이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풍력발전을 기반으로 한 제주도 탄소중립 정책에 비춰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해서는 “환경(생태) 수용성, 사회(주민) 수용성, 계통/기술 수용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수용성 고려는 기본적으로 환경, 경제,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가를 고민하는 중요한 문제이며, 그는 “핵발전이 사라지는 곳에 대규모 풍력 발전소를 세우는 것이 과연 우리가 원하는 에너지 전환인가를 근본적으로 계속 고민해야 한다. 또 기술적 고려뿐 아니라 무엇보다 해당 지역의 목소리와 입장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신재생에너지발전 건설과 관련해, 지역 주민 간 갈등이 벌어지면, 정부가 주민들의 정치적 권리가 아니라 경제적인 부분으로 갈등을 무마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면서, “에너지 전환은 기술과 자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 요소를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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